지하실

2011. 10. 27. 19:50망상/자료

그들은 몸을 숙여야 할 정도로 높이가 낮은 지하실에 도착한다. 빛이라고는 종이로 가려진 머리 높이의 창에서 들어오는 게 전부다. 지하실 바닥은 맨돌로 되어 있다. 그는 서 있을 때조차 장화 속으로 한기가 스미는 걸 느낀다. 바닥에는 파이프가 깔려 있다. 축축한 벽토와 벽돌 냄새가 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물이 질퍽하게 벽을 따라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하실 한쪽 끝에는 빨랫줄이 쳐져 있고 그 위에는 지하실처럼 축축하고 희끄무레한 빨래가 걸려 있따. 빨랫줄 밑에는 침대가 있고 그 침대 위에 아이들 셋이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들은 벽에 등을 대고, 턱을 무릎에 바싹 붙여 팔로 무릎을 끌어안고 있다. 그들은 벽에 등을 대고, 턱을 무릎에 바싹 붙여 팔로 무릎을 끌어안고 있다. 그드은 맨발에 리넨 옷을 입고 있다. 그 중 나이가 많은 여자 아이는 기름때에 절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린 채 윗입술까지 내려온 콧물을 기운없이 빨고 있다. 또 하나는 이제 아장아장 걷는 아이다. 그들은 어떤 움직임도 없고 소리도 없다. 그들은 끈적끈적하고 호기심도 없는 눈으로 침입자를 멍하니 쳐다본다.

 네차예프는 촛불을 켜 벽의 우묵한 곳에 놓는다.

 "여기가 당신이 사는 곳이오?"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앞뒤로 왔다갔다하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그는 에너지를 자신 안에 가두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그는 파벨과 그가 나란히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파벨은 이같은 상황으로 몰리지는 않았다. 파벨이 왜 그를 지도자로 받아들였는지 이해하는 건 더 이상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네차예프는 말하기 시작한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내가 왜 당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는지 설명해주지요. 옆방에는 인쇄기가 있습니다. 수동식 인쇄기지요. 물론 불법입니다. 여기에 있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불행히도 열쇠를 갖고 있는 얼간이는 지금 밖에 나가고 없어요. 나는 당신이 페테르부르크를 떠나기 전에 이 인쇄기를 사용해주기 바랍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우리는 몇 시간 내로 수천 장의 인쇄물을 만들어 뿌릴 수가 있습니다. 위대한 일들이 막 일어나려고 하는 이 같은 순간에 당신이 글을 써준다면 엄청난 효과가 생길 겁니다. 당신은 특히 학생들 사이에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폭로한다면 학생들은 의로운 분노감으로 거리로 뛰쳐나올 겁니다."


..중략..


 불길을 당겨라, 그건 너무 지나치다! 그는 나가려고 몸을 돌린다. 그러나 네차예프가 그를 잡고 제지한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한다.

 "당신은 아직 떠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러시아를 버리고 경멸스러운 부르주아 세계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까?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그는 이렇게 말하며 손으로 지하실 안을 가리킨다.

 "이 나라에서는 이보다 수천 배, 아니 수백만 배나 되는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은 어떻게 된 거죠? 당신에게는 아무런 불꽃도 남아 있지 않나요? 당신 눈앞에 있는 게 보이지도 않습니까?"

 그는 몸을 돌려 축축한 지하실을 바라본다. 그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음의 천사를 기다리는 아이들.


..중략..


 "그렇다면 당신의 눈은 아직도 가려져 있는 것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교훈을 일러줘야만 하나요? 당신은 배고픔과 질병, 가난에 찌든 끔찍한 얼굴을 보고 경악하고 있어요. 하지만 배고픔과 질병, 가난은 적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진짜 힘들이 드러나는 방식에 불과한 겁니다. 배고픔은 힘이 아닙니다. 물이 매개체인 것처럼 그것은 매개체에 불과해요. 고기가 물 속에 살 듯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의 배고픔 속에서 살아가지요."


..중략..


 아이들은 처음에는 얘기를 듣는 것처럼 보이더니 이제는 흥미를 잃고 있다. 가장 나이가 적은 아이는 옆으로 몸을 기울여 누이의 무릎에서 잠들어 있다. 아이의 누이는 마트리요나보다 어려보인다. 그러나 활기가 없고 더 고분고분하게 생겼다. 이 아이는 벌써 남자들에게 몸을 허락하기 시작한 것인가?

 그들이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모습도 이상해 보인다. 네차예프는 그들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그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내색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에게 도시의 가난에 대한 표본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내가 당신에게 가르쳐줘야 하나요? 그는 오보렌스카야가 악의적으로 했더 말을 떠올린다. 네차예프는 젊었을 적 때 학교선생이 되고 싶었는데 종합시험에서 떨어지자 시험관들에 대한 복수로 혁명 쪽으로 돌아섰다. 그의 스승인 장 자크처럼, 네차예프도 본질적으로 선생인 체하는 또다른 사람에 불과한 건 아닐까?


..중략..


그의 머리가 다시 빙빙 돌기 시작하고 있다. 당신에게 가르쳐준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이렇게 묻는다.

 "5루블이 있소?"

 네차예프는 호주머니를 허겁지겁 뒤진다.

 그는 고개로 어린애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만약 당신이 저 여자애의 몸을 잘 씻기고 새 옷을 입히는 데에 단5 루블을 투자하면, 나는 저 애가 오늘 밤, 바로 이 밤에, 100루블을 벌 수 있는 곳을 당신에게 가르쳐줄 수 있소. 만약 당신이 저 애를 제대로 먹이고 청결하게 하고 지나치게 부려먹지만 않고 병들게만 하지 않는다면, 저 애는 5년 동안 매일 밤 5루블씩을 벌어다 줄 수 있을 거란 말이요."

 "뭐라고요?"

 "내 말 마저 들으시오. 페테르부르크의 지하실에는 이런 아이들이 많소. 그리고 거리에 나가면 호주머니에 돈을 넣고 어린 소녀들의 맛을 보려고 하는 남자들이 많단 말이오. 그것은 이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을 풍족하게 살게 하기에 충분한 숫자요. 거기에 필요한 건 냉정한 머리뿐이오. 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아이들에게 기대어 햇빛 속으로 나올 수도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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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