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에게 홀린 이야기

2011. 10. 27. 19:51망상/자료

 친구와 둘이 술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별안간 친구가 혼자서 무슨 말을 하면서 산 쪽으로 올라가 버렸다. 나는 무서워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내려오라고 하였다. 그 친구는 한참을 올라가다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뒤를 돌아보더니 내가 있는 쪽으로 다시 내려왔다. 내려와서 나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 둘이서 가는 길인가?"
 "그럼 둘이서 가는 거지. 누가 또 있는가?"
 그러자 친구는 갑자기 마을 쪽으로 뛰기 시작하였다 .다음날 친구를 만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친구는 어제 나와 함께 오다가 어떤 한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키도 크고 멋지게 생긴 남자가 같이 길을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가는 길은 마치 새로 만든 것처럼 길이 잘 나와 있어 걸어가기가 좋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내가 밑에서 볼 때는 분명 길이 아니었다. 아카시아나무와 덤불이 우거져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힘든 곳이었다. 
 내가 부르니까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나에게 왔던 것이다. 만약 친구가 그 도깨비를 좇아갔으면 죽도록 고생했을 것이다. 친구가 만난 사람은 사실 사람이 아니라 도깨비였다.

도깨비에 관한 민속학적 탐구, 저기 도깨비가 간다 - 김종대 지음, 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