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후기(스포일러 주의)

2019. 10. 3. 04:30즐기는 나날은.../영상을 보다


조커

 

미국 영화

 

스릴러, 드라마, 액션

 

★★★

 

고담, 그 아귀다툼 속에서 만들어진 조커의 탄생기

 

 

걍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이미지 크기 너무 크네;;;

 

 


아무튼 이벤트로 받은 굿즈와 할인쿠폰도 받았다... 근데 포스터가 생각보다 커서 들고 다니기도 힘들기에 가방에 억지로 집어넣어서 저렇게 구겨졌다.

일단 내가 본 영화 조커는 대사와 연출은 전반적으로 대놓고 표현된다.

일단 극 중 아서가 가진 감정이 춤이나 행동 등으로 묘사하는 건 좋지만 계속 반복되니 질리는 느낌. 괜히 일부 네티즌들이 호랑나비라고 비웃은 게 아니다.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대사는 토크쇼에 나와 그동안 가졌던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였다.

불쌍하고 힘들 건 알겠는데 뭔지 지치는 느낌.

모든 게 수수께끼인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형이상적인 소리를 해댄다. 개똥철학을 늘어놓으며 사회 실험을 하는 미치광이였고, 리부트 이전의 조커도 예술가 컨셉의 마피아였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듯 보이면서도 무언가 비현실적인 유형의 악당들.

내 생각엔 만화 원작답게 적당하게 가벼운 자레드 레토의 조커가 가장 나은 거 같다. 코믹스는 코믹스다워야 한다. 설사 영화화되더라도... 현실 따지고 싶으면 다큐 보면 되니까.

그런데 그 조커들보다도 영화 조커의 조커 "아서"의 과거는 왜 악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지 끊임없이 지칠 정도로 묘사된다.

그만큼 아서는 억압되어 있던 인물이다. 그의 정신적인 질환을 상담하는 사람도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상담사? 정신과 의사? 공무원? 아무튼 그 흑인 여자는 그저 복지정책에 따라서 무료로 상담을 해주고 약을 주는 인물일 뿐이다.

그런데 그 후에 나오는 상담사도 그렇고 병원 직원도 그렇고 죄다 흑인이다. 인종 배정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백인인 아서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들의 입장에선 주어진 역할에 맡게 일을 하는 것이지만, 정신질환을 가진 아서의 입장에선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고담시의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아귀 다툼의 한복판에 있을 뿐이다. 아서가 그토록 원하던 코미디언의 농담들은 하나 같이 약자를 비웃고 희롱하는 농담이 주를 이룬다. 후반부 유명한 쇼의 진행자가 아서에게 말하는 주의점은 그저 모순되게 들릴 뿐...

정신질환을 극복하지 못하는 아서는 꿈인 코미디언으로 나아가기는 커녕 고담시라는 지옥에서 남에게 당하기만 한다. 정도는 다르다고는 하나 피차 힘들게 살아가는 아서의 주변 인물들 역시 아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서 역시 차별 섞인 농담을 당하는 왜소증 동료를 향해 기분 나쁘게 웃을 뿐이다. 아서는 물론이고 고담시의 서민들은 결코 일방적인 선으로만 묘사되진 않는다.

그렇게 아서는 어느 사건 이후 급격하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고담시를 넘어서 미국의 총기 허용 때문이다. 총 허용만 아니었다면 아서는 그저 정신질환이 있는 코미디언 지망생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듯 아서는 그렇게 폭주해버린다. 억눌려 있던 욕망이 드러난다. 폭력행위부터 망상까지...  상황 자체는 이해가 가지만 결코 동정할 수 없는 캐릭터로 변해버린다.

그나마 이해해줄 수 있는 부분은 동료의 기만 때문이다. 그렇게 아서는 동정해줄 수 있는 인물에서, 한순간에 무지막지한 괴물로 변한다. 

그런데 아서가 벌인 짓이 초반부 묘사되었던 환경미화원의 시위와 엮어 대규모 폭동으로 진화된다. 작 중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다 그게 아서 탓이라고 몰아가는데 아서가 어쨌든 나쁜 짓을 하긴 했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폭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모든 걸 아서 탓으로 몰아가는 건 기만이다. 이 부분만큼은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배트맨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이자 재벌인 토머스 웨인은 다른 매체와 달리 선행이 묘사되지 않는다. 그저 꼰대로 묘사된다. 하지만 결코 향간에서 추측하는 트럼프 같은 괴짜 캐릭터는 아니다. 비슷하게 막말은 하긴 해도 묘하게도 대중들은 그를 지지 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바로 아서와 같은 백인 서민들에게 지지받는 정치인이니 말이다.

 

토머스 웨인과 관련된 장면에선 한국, 일본의 컨텐츠처럼 무언가 치정물처럼 전개될 듯 싶으나, 아서와 엮인 토머스 웨인의 행패는 아서의 오해였다는 것으로 전개된다. 아서가 절규하고 원했긴 했으나 토머스는 결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아서를 더욱 타락으로 몰아가게 된 원인이 된 인물과 아서에게, 토머스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아니었을 뿐... 이 부분에선 서양이나 동양이나 다 비슷한 감정이라고 느껴졌다. 다른 매체에선, 양심적인 재벌로 묘사되는 토머스로선, 그들은 그저 인생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토머스는 동아줄이자 유일한 희망이었다.

토머스는 그저 자신이 하는 행위와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는 인물이며 다른 매체의 묘사대로라면 사회적으로도 결코 나쁜 인물은 아니다.  그와는 반대되는 극빈층 아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담에서 벌어지는 시위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다. 

하지만 그 시위는 좋게만 묘사되진 않는다. 그저 물건을 훔치는 사람도 보인다. 아서를 몰아갔던 인물들은 기득권층만 있던 게 아니었고 고담시의 서민도 분명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서에게 폭력을 가했던 무리도 그 시위 현장에 있을 지도 모를 일...

 

과정이야 어쨌든 아서는 존재감을 찾은 것에 기뻐한다. 일종의 관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부분에서 히스 레저나 잭 니콜슨의 조커와는 다른 게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빌런이 아니라 그저 외로운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렇기에 막장으로 내몰렸고 다른 조커와 달리 어려운 말 따위 하지 않고,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폭발하듯 너무나도 솔직하게 토해낸다.

 

그리고 고담시는 모든 매체에서 묘사된 것처럼 막장이 되어간다. 코믹스 조커에서 나왔던 글귀처럼 마치 역병처럼 퍼진다.

 

다른 매체에선 묘사되었던 토머스의 선의가 영화 조커에선 묘사되지 않는 것처럼 아서를 비롯한 극빈층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토머스로선 고담시를 구해주고 싶다고 말했지만 복지혜택이 줄어들어 곤란에 빠지게 된 아서에겐 토머스의 선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절망만이 느껴지는 아서의 고통만 연출될 뿐... 자본주의를 비판한 유명한 코미디언의 영화에 부자들은 웃는다. 그 모습을 아서는 바라본다. 그것 자체가 희극인 것이다. 근데 이 부분은 너무 뻔하게 묘사되어서 새롭진 않았다.

그런 아귀 다툼의 한가운데 안전한 곳으로 벗어나려 했던 토머스는 결국 도망치지 못한다. 그의 의도는 선했을 지라도 극빈층인 아서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뻔한 말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게 그 시점이다. 만화 속 조커가 배트맨의 가면으로 가려지지 않는 부분이 우습다고 비웃을만큼... 조커에게 있어서 배트맨은 희극일 뿐이다.

 

그렇게 그저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던 범죄자 아서는 자신이 조커가 되어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은 각성이라기 보다는 체념의 감정으로 느껴졌다.
단 아서가 향후, 어른이 되어 배트맨이 될 브루스와 직접적으로 적대하게 될 빌런 조커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본다. 정신질환자인 그는 다른 조커와 달리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다. 치료받아야 할 환자이다. 결코 강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극 중 세계관에선 누가 조커가 되고, 누가 토머스를 죽인 범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불분명한 작 중 묘사처럼 폭동으로 변질된 시위를 일으킨 사람들 모두가 가면을 쓰니까.  그 중 누가 조커가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결국 조커는 고담시가 만들어낸 괴물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리부트 이전의 배트맨과 비슷한 부분이 떠올랐다.

정신질환을 겪는 아서는 이해받지 못했기에 조커가 됐고, 아버지의 선의를 인정받지 못했기에 브루스는 배트맨이 될 수 밖에 없다.


매체마다 조커의 묘사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무언가 다 연결되는 느낌이다.  배트맨이 왜 다크나이트에서 왜 모든 사람들을 감시하고 싶었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또한 언젠가 읽었던 코믹스 버전 조커가 왜 타인의 관심을 추구하고 목적도 알 수 없는 살인마가 됐는지 이해가 가게 되는 영화였다. 

하지만 역시나 이해는 가도 공감은 가지 않는 탄생기이다. 너무 과거가 명확해지고 행동방식과 심리를 상세히 알게 되니까, 뭔가 "알고 보니 이 녀석도 불쌍한 녀석이었어" 유형의 악당으로 생각하게 된다. 무언가 기존의 조커 이미지가 무너지는 느낌이다. 예술성과 별개로 이 정도로 사람들이 선동당할만한 영화라고 느껴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