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감상평

2020. 2. 4. 00:49즐기는 나날은.../영상을 보다

 

남산의 부장들

한국영화

 

느와르, 사극, 드라마

★★★★

한 남자의 심리 변화에 따라 벌어지는 사건, 역사는 그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평일 오전 메가박스 이수 극장, 나랑 어떤 중년 여자 분 그리고 중간에 들어온 사람(알바생일 지도 모르겠다... 자세히 안 살펴봐서...) 이렇게 3명 정도만 봤다.

시간대가 사람이 한적한 시간대라고는 하나 우한 폐렴, 일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적지 않아 보였다. 덕분에 주변에 아무도 안 앉아서 눈치 안 보고 중간에 마스크 빼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아무튼 실제 역사인물의 평이야 어쨌든 극 중 인물만으로 본다면, 주인공 김부장의 심리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실제 역사인물과 달리 혁명 운운할 정도로 권력자 박통이라는 권력의 충실한 조력자 포지션이면서도, 한 편으론 곽실장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비교될 정도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상식을 갖춘 이중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성향이야 어쨌든, 실제역사인물이야 어쨌든, 극 중 김부장 캐릭터는 끝까지 박통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김부장 캐릭터, 그는 분명 최후의 순간까지 박통을 기다렸다.

작 중 박통 캐릭터가 조금만 자중했어도 김부장은 선은 넘지 않았을 거라는 늬앙스가 강하다. 그만큼 김부장 캐릭터는 이러나 저러나 기본적으로 화장실로 도망간 곽실장과 비교하면 충성심이 강한 부하다.

한 편으론 이미 자신을 믿지 못하는 박통 그리고 나대는 곽실장의 짓거리를 이미 모조리 간파한 김부장과 달리, 박통은 밑천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의 스킬은 임자 타령 뿐이다. 강대국 미국에 근자감을 드러내는 태도와 돈 타령은 덤이다. 실제역사인물과 별개로 작 중 묘사되는 박통 캐릭터의 묘사만 보자면 인간말종에다 무능력한 최악의 독재자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인물이다. 굳이 딸내미 사건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김부장에게 밑바닥을 모조리 드러낸다.

곽실장이 온건한 성향을 고수하는 김부장은 "끝" 이라고 말할 정도로, 작 중에선 김부장이 밑바닥을 드러내는 듯 보이지만, 실상 영화 내내 김부장을 압박할수록 드러나는 건 오히려 저열함을 숨기지 못하는 박통 캐릭터이다.

김부장이 완전한 준비를 끝 마치기도 전에 박통이 밑천을 완전히 드러내자 김부장은 결국 폭발한다. 그렇기에 계획적인 암살이라기엔 애매하다. 적어도 영화 상으론 그렇게 느껴졌다.

결국 그의 자리를 또다른 임자가 대체했다는 묘사는 그저 실제 역사 인물의 사진과 음성으로 대체된다. 이아고의 수장이 보안 사령관인지 아니면 다른 인물인지는 극 중 전개 상으로 따지자면 크게 상관이 없다. 그저 박통의 임자들 중 어부지리 격으로 기회를 잡은 자일 뿐...
극 중 전개 상 중요한 부분은 오히려 박통 캐릭터 스스로의 행보이다. 밑천을 드러낸 본인, 작 중의 묘사된 부하 캐릭터 중 유일하게 바른 말이라도 해주었던 충성심 높은 유일한 충신 모두를 파멸로 이끌었다.

 

아무튼 긴장감이 끝으로 갈수록 극대화되는 재미난 느와르 영화이다. 지루하다는 평도 있지만 난 재밌게 봤음.

그 외의 느낀 점은, 박부장 캐릭터 싸움 잘 한다. 그래도 군인 출신이라 이건가, 박부장 입장에선 분명 쫓기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수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빠트린 작자답게 위급한 상황에서도 아주 냉철하게, 고용된 전문가를 잘 팬다. 얼마 안되는 액션씬이라 그런지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또한 이병헌 배우의 표정 변화 연기가 압권이다. 그야말로 그의 감정이 생생히 느껴졌다.

곽실장과 보안사령관 배우들은 나로서는 착한 역할로 각인된 지라 뭔가 기분이 오묘했다.
내 기준으론 이중적인 성향의 캐릭터인 김부장은 이희준 배우가 맡고, 아무 거나 시켜도 다 잘하는 이병헌 배우는 곽실장 역할을 했으면 또다른 재미가 예상된다.

그랬다면 이희준 배우 특유의 짠내가 몰아쳐서 김부장이 더 동정적으로 묘사됐겠지만 영화를 계속 볼수록 이희준 배우의 김부장 연기도 보고 싶었다.

이병헌 배우의 연기는 압도적이지만 지켜보는 내가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감정 전달이 탁월하다.
좀 힘을 빼고 짠내가 느껴지는 이희준 배우가 김부장을 맡았다면 지금보다도 세간엔 더욱 정의로운 캐릭터로 비쳐지겠지만.. 이병헌 배우의 연기는 보는 사람이 떨 정도로 너무 잘한다.